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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의사도 슬퍼해도 된다

작성자: 박근필 작가2026년 10월 7일조회 5

아이가 마지막 숨을 쉬는 진료실에는 슬퍼하는 사람이 둘 있다.

보호자, 그리고 그 아이를 오래 봐 온 병원 사람이다.

처음 예방접종을 하러 온 날부터 기록이 쌓인다.

이름을 부르고, 몸무게를 재고, 무서워 떠는 등을 쓸어 준다.

그 아이의 마지막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는 없다.

그런데 병원 사람들은 대개 어디서도 울지 않는다.

보호자 앞에서는 참아야 하고, 집에 와서는 "그게 네 일이잖아"라는 말을 듣는다.

내 아이도 아닌데 슬퍼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처럼 느껴져서다.

나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수의사이고, 열일곱 해를 함께한 고양이 솜이를 떠나보낸 보호자이기도 하다.

솜이는 진료대 위를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였다.

두 자리에 모두 서 보니 알겠다.

진료대 이쪽의 슬픔과 저쪽의 슬픔은 무게가 다르지 않다.

슬픔은 자격을 묻지 않는다.

마음을 쓴 만큼 아프고, 그것은 나약해서가 아니다.

그날 마지막을 함께 지켜 준 사람이 있었다면, 오늘 짧은 인사 한 줄을 건네 보면 어떨까.

"그 아이를 기억해 줘서 고맙습니다."

수의사 · 작가 박근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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